나는 잠귀가 예민한 편이다

나는 잠귀가 많이 예민한 편이다. 짜증날 정도로 모든 소리에 잠이 잘 깨서 잠을 별로 못 잔 밤이 많다.

어렸을 때 가족들이랑 여행해서 한 방에서 잤을 때 잠을 조금 밖에 못 잤다. 금방 잠 드신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이 안 오고 옆에 잠꼬대 하는 동생 때문에도 잠이 잘 안 온 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여름에도 자는 게 참 힘들다. 너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자고 싶지만 열어 놓으면 바깥 소리 때문에 또 못 잔다. 그래서 밤마다 고민을 한다. 소음 때문에 잠 못 자는 게 나을까, 더위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게 나을까.

지난 주에 엄마와 동생이 여행 가서 집에 강아지와 혼자 남았다. 강아지 아침에 밥을 주어야할 시간에 못 깨울까 봐 문을 열어놓고 잠을 잤다. 2번째 날부터 내가 침대에 올라가자 강아지가 내 침대 옆에 잠을 자려고 눕곤 했다. 처음에는 귀여워서 좋았는데 잠이 들자 코 고는 거를 시작하거나 숨을 엄청 시끄럽게 쉬거나 어디 뛰고 있는 꿈을 꿔서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가끔 잠든 사이에 짖기도 했다. 많이 귀여웠지만 나는 잠이 안 왔다. 이럴 때는 귀마개 끼고 잔다. 근데 밤마다 끼면 귀가 아프다. 아파서 또 잠이 안 온다.

방학이 시작하기 전에는 플랫메이트들이랑 살았을 때도 자는 것이 역시 힘들었다. 9명이랑 같이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각자 작은 개인 화장실이 있고 부엌만 공동으로 쓰고 있어서 좋고 편했는데 밤에 너무 시끄러웠다. 친구가 옆방에 뭐라고 하는지 들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방 4 칸 멀리서 누가 뭔가를 떨어뜨렸을 때 아주 크게 들렸다. 그리고 우리 기숙사는 한 아파트에 큰 복도에 방이 나란히 있고 복도 끝에 부엌이 있는 구조이었다. 그래서 누가 파티 나가서 새벽에 들어왔을 때 앞문 여닫힌 소리부터 본인 방까지 걸어가는 것, 또 문 여닫히는 것까지 다 크게 들렸다. 마침 내 방에 일어난 것 처럼 들렸다. 귀마개 자는 동안 매일 낄 수 없어서 다들 자기 방에 들어와서 잤고, 아침에 5시에 일어나는 친구 한 명 때문에 잠이 깼을 때 귀마개 끼고 다시 잤다. 이런식으로 하는 게 불편하긴 했는데 최선이었다.

다음 학기에 밤에 창문을 열어도 바깥이 시끄럽지 않고 문 여닫는 소리도 시끄럽지 않은 아파트 구했으면 좋겠다.